경남 산청군청 앞 3번 국도는 오후 6시만 되면 진주 방향 차량으로 막히기 시작한다.
하루 일과를 마친 공무원들 차가 한꺼번에 군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산청군 공무원 650명 가운데 540명이 진주 등 군 외 지역에서 출퇴근한다.
행정은 산청에 있지만 삶은 군 밖에 놓여 있는 구조다.
문제는 단순한 출퇴근이 아니다.
낮 동안 산청을 움직인 사람들 소비와 생활이 저녁이 되면 통째로 진주로 빠져나간다.
공무원 540명이 가족과 함께 산청에 정착할 경우 생활인구 증가는 수천 명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
가구당 월 소비를 300만 원으로 잡으면 연간 194억 원 안팎이 지역 안에서 돌 수 있지만, 지금 그 돈은 저녁마다 군 밖으로 향한다.
산청읍 상주인구는 6527명이다.
경남 10개 군 읍 가운데 가장 적다.
거창읍 3만9882명, 함양읍 1만7308명, 합천읍 1만649명과 견줘도 격차가 뚜렷하다.
거창읍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 정도 인구층으로는 두터운 생활 상권을 만들기 어렵다.
낮 장사는 버텨도 저녁 장사는 버티기 힘들고, 식당과 카페 불빛이 일찍 꺼진 자리에 다시 적막이 내려앉는다.
정주 인구가 얇으니 학원도 오래 버티기 어렵고, 교육 여건이 약하니 젊은 부모 세대도 들어오지 않는다.
주거가 없으니 사람이 남지 않고 사람이 없으니 소비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읍내를 비우고 있다.
숫자는 이 위기를 더 냉정하게 보여준다.
2024년 산청군 출생아는 64명이었다.
같은 해 사망자는 633명으로 자연감소만 569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출생아는 0.17명 수준이다.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42.4%로 경남 평균 21.8% 두 배를 넘는다.
재정자립도는 10.48%로 경남 최하위권이고, 통합재정수지는 742억 원 적자다.
지역 안에서 사람과 돈이 함께 줄어드는 구조가 이미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여기에 2025년 산불과 산사태로 군민 14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재난까지 겹쳤다.
매년 20억 원 이상이 동의보감촌 유지비로 들어가지만 정작 정주 인구를 붙드는 힘은 크지 않다.
시설 유지와 지역 생존이 아직 같은 방향으로 맞물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산청 위기 핵심은 멀리 있지 않다.
저녁 6시, 사람이 사라지는 읍내가 그 현실을 가장 먼저 보여준다.
행정 중심지는 낮에만 살아서는 중심지가 될 수 없다.
밤마다 비어 가는 산청읍이 지금 산청군 미래를 먼저 증언하고 있다.
태극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