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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을지연습, 행정도 재난을 견뎌야 한다

올해로 58번째 국가 비상대비훈련

훈련장은 총구가 아니라 민원실이다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전국이 을지연습에 들어간다.

읍면동 이상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4천여 곳이 참여한다.

58만여 명이 이 훈련에 동원된다.

올해로 58번째다.

을지연습이라는 이름부터 낯설게 들릴 수 있다.

군사훈련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정확히는 다르다.

정부와 지자체 행정조직이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 앞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훈련이다.

군은 별도로 자유의방패연습을 함께 치른다.

을지는 정부 몫이고 방패는 군의 몫이다.

두 훈련이 같은 시기에 나란히 돌아가는 구조다.

훈련이라는 말이 주는 거리감이 있다.

그러나 이 훈련의 목적은 단순하다.

전기가 끊기고 통신이 마비되고 도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행정이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전력·에너지·항만 같은 국가핵심기반시설 피해를 가정한 1기관 1훈련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합동 방어훈련도 함께 진행된다.

전쟁만이 아니라 정전 재난 사이버테러까지 대응 범위가 넓어졌다는 뜻이다.

경남에서도 이 훈련이 주민 일상과 맞닿아 있다.

공무원 비상소집과 통합방위협의회 점검이 이 기간에 집중된다.

평소 열리던 행사나 연수 일정이 을지연습 기간을 피해 조정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여기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지방의회의 제주 연수 논란에서도 을지연습 일정과 겹친 게 해명의 한 축이었다.

훈련의 무게가 그만큼 지역 행정 현장에서 가볍지 않다는 방증이다.

훈련은 화려하지 않다.

상황실 부스를 세우고 서류를 주고받고 출입자를 통제하는 반복 작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재난은 늘 예고 없이 온다.

가뭄이 그랬고 폭우가 그랬다.

행정이 마비되면 물 한 방울 수건 한 장 배급도 늦어진다.

정부와 지자체가 매년 이 훈련을 반복하는 이유는 하나다.

위기의 순간 국민 곁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실제로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빈 배는 스스로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노를 잡고 있었는지는 위기가 닥쳤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을지연습은 그 노를 미리 점검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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