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단속사지 사적지정을 위한 학술대회 현장에서 거센 항의가 터져 나왔다.
단속사지 운리탑동마을 초암법당 금륜대 주지 자흥스님이 27일 학술대회 세미나 전 본지 기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산청군의 대책을 요구했다.
자흥스님은 단속사지에서 태어나 70년째 이 터를 지켜온 한국불교태고종 법손이라 자신을 소개했다.
자흥스님은 문화재보호법 아래 주민들이 100년 넘게 재산권을 침해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4년 전 지표조사 과정에서 평화롭던 20여호 마을이 두 동강 났다는 설명이다.
현재 사지 안에 남은 10여호 주민은 최악의 영농 조건 속에서 소농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문제도 나열했다.
마을 뒷산 옥녀봉이 산사태 위험지역인데도 방재시설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하수와 농로 배수 문제도 행정이 법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묵살해 왔다고 주장했다.
공용화장실이 없어 이동화장실을 마련하려던 중 현상변경을 이유로 초암에 과태료가 부과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흥스님은 문화재 보호와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주민 생존권을 무시한 사적지정은 국가유산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표현도 썼다.
산청군과 학계를 향한 요구는 세 가지로 정리됐다.
산사태 방지와 지하수 개발 배수시설 확충 등 생활환경 개선을 정비계획의 최우선 과제로 넣어달라는 것이다.
소농 주민의 소득보전대책과 이주예산 로드맵을 즉각 수립해달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주민을 배제한 밀실행정을 멈추고 초암법당과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달라는 요구다.
자흥스님은 이번에도 요구가 무시되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구역 주민 지원의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문화유산법 13조의2는 시도지사가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주민지원사업 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은 이 제도로 마을 생활기반시설 정비에 22억 원을 투입한 사례가 있다.
법은 이미 마련돼 있는데 현장까지 닿지 않았을 뿐이다.
사적지정이라는 이름 앞에서 마을의 목소리가 다시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태극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