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단속사지 국가 사적 지정을 둘러싼 논란에 산청군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님과 산청군은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흥스님이 던진 요구 대부분이 애초에 문화체육과가 답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
사적을 지키는 절차와 마을을 지키는 절차는 처음부터 다른 창구로 나 있었다는 게 산청군 설명이다.
◆”산사태도 화장실도 우리 소관 아니다”
자흥스님은 산사태 방지와 지하수 개발, 농로와 배수시설, 공중화장실을 사적 정비계획에 넣으라고 요구했다.
산청군 담당자는 지금 진행 중인 절차가 사적 지정과 문화재보호구역 정비일 뿐이라고 답했다.
산사태 방지나 지하수 개발, 농로 확장이나 배수시설 확충은 문화체육과가 손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담당자는 단성면에 주민 숙원사업으로 요청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마을 안 문제라도 담당 부서가 다르면 정비계획에는 담을 수 없다는 뜻이다.
◆남은 가구의 불편, “사적 지정 탓은 아니다”
자흥스님은 남은 주민에 대한 지원과 이주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요구했다.
산청군 담당자는 보호구역 안에 있던 10가구는 이미 과거에 이주를 마쳤다고 밝혔다.
보호구역 밖에 남은 10여 가구는 처음부터 이주 대상이 아니었다.
담당자는 이들이 겪는 불편이 이주단지가 들어서며 상대적으로 부각된 것일 뿐 사적 지정 자체로 새로 생긴 문제는 아니라고 답했다.
그 연장선에서 밀실행정을 멈추고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라는 요구에도 담당자는 같은 논리로 응수했다.
사적 지정과 이주단지 조성은 서로 다른 시점에 진행된 별개 절차라 밀실행정이라 부를 근거가 없다는 것.
◆인정한 불편함, 그러나 법이 발목을 잡는다
다만 산청군도 인정하는 불편은 있었다.
문화재보호구역 인근 주민은 건축 등 형상을 변경하려면 문화재청 형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탑이 보물로 지정된 이상 법으로 정해진 절차라 산청군이 임의로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담당자는 설명했다.
◆보호구역 확대는 열려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산청군은 향후 발굴 성과에 따라 보호구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1차 사적 지정 이후에나 논의될 문제다.
지금 당장 정비계획에 담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게 산청군의 입장이다.
문화재를 지키는 절차와 마을주민 생활 불편을 해소하는 절차는 애초에 다른 길로 나 있었다.
두 길을 하나로 묶어 요구할 것인지 각자 맞는 창구를 찾아갈 것인지는 이제 주민들 몫으로 남았다.
태극뉴스


